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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이야기

캐나다 이민의 현실

 

캐나다로 이민을 생각하시는 많은 분들이 그냥 막연하게 캐나다 이민만 가면 모든 게 잘 되거나 즐거운 이민자 생활을 하시게 될 거라고, 영어도 저절로 늘고 좋은 직장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고 캐나다 이민에 대해 계획한 대로 뭔가 그저 잘 될 것만 같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른바 '이민병'의 증상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캐나다 이민은 생각보다 만만치는 않고 쉽지 않은 부분들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은 캐나다 이민의 현실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막연히 캐나다 이민을 좋게만 꿈꾸시는 분들을 위해서 단점이라고 할만한 부분들을 위주로 한번 이야기를 해볼 까 합니다. 

 

 

이 포스팅은 캐나다 이민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고 당연히 좋은 점, 장점도 많이 있지만 단점 위주로 정리를 해보는 글임을 미리 밝혀 둡니다. 

 

1. 비싼 렌트비, 비싼 생활비등을 포함 하는 비싼 물가 

 

 

 

캐나다 이민은 캐나다 유학이나 기러기 생활과는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재산을 캐나다 돈으로 환전을 해가서 소비하기 시작하고 캐나다 이민 후 경제 활동을 시작하여 캐나다 달러로 임금을 받으며 생활을 하게 됩니다.

 

요즘처럼 원화 환율이 더 좋을 경우 캐나다로 여행을 갔을 때나 유학을 갔을 땐  캐나다 물가가 생각처럼 높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캐나다로 이민을 와서 생활하다 보면 생각보다 비싼 생활 물가에 놀라게 됩니다. 거기에 기본적으로 렌트가 비싸기 때문에 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지게 됩니다. 

 

 

아래의 표는 캐나다의 주요 도시들의 렌트비 순위를 나타낸 표입니다. 2020년 1월 평균을 기준으로 한 자료이고, 1베드룸은 방 하나에 거실 하나, 화장실 하나인 집으로 자녀가 없거나 아주 어린 경우에만 거주하실 수 있고 자녀가 일정 나이 이상으로 자라면 2 베드룸을 구하셔야 합니다. (자녀가 아주 어리지 않은데 1 베드룸을 렌트하려고 하면 집주인이 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을 보면 한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두 도시인 토론토와 밴쿠버가 1 베드룸이 2천 불을 넘는 평균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한화로 200만 원 정도의 금액이죠. 외곽 지역으로 나가게 되면 렌트비는 줄어들 긴 하지만, 괜찮은 일자리가 많이 않은 중소 도시가 대부분이라 자영업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엔 대부분 토론토나 밴쿠버 근처로 오시게 됩니다.

캐나다 렌트비

제가 다른 글에서 포스팅 했던 아래 표에서 밴쿠버의 대략적인 생활비 수준을 보여 드린 적이 있는데요. 요즘 한국 물가도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여러 가지로 비싼 물가 수준인 것은 확실한 듯합니다. 

자세한 밴쿠버 물가에 대한 내용은 여기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밴쿠버 생활비

 

한국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셨었고 특정 분야에 경력도 있으니 캐나다 이민가서 영어만 좀 하면 괜찮은 직장을 잡는 게 가능할 테니 열심히 벌면 되지 않겠어? 라고 캐나다 이민을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요. 일단 기본적으로 캐나다는 한국에서 경력을 이으시기에 특정 기술 쪽 분야가 아니면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일단 제조업이 거의 없어서 제조업 쪽으로 경력이 있으신 분들의 경우엔 딱히 관련된 일자리를 찾기 힘드시구요.

 

 

IT나 몇몇 특정 직업을 제외하면 캐나다 이민 후 괜찮은 연봉을 받는 직종을 한국의 경력으로 이어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한인들의 평균 소득은 높은 편이 아니기도 하구요. 2016년 캐나다 정부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인들의 평균 소득은 $31,861 정도로 한국 돈 3천만 원이 채 안 되는 금액입니다. 세후 소득은 이보다 더 적어 지죠.

 

한인 평균 소득

하지만 더 중요한 사항은 저 금액이 한인 2세대까지 포함한 금액으로 한인 1세대, 즉 저희 처럼 20대 이후에 직접 자신이 캐나다 이민을 결정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이민을 온 사람들의 경우는 이보다 더 낮은 소득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2016년 자료이기 때문에 지금은 좀 더 올랐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저 정도의 소득으로 그 높은 렌트비를 내며 살아가려면 얼마나 팍팍한 삶을 살게 될지 상상이 되시나요?

 

2016년 까진 알버타 주의 오일 관련 산업이 아직 괜찮을 때라 캘거리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아 보이지만 현재는 실업률이 가장 높은 주중 한 군데이고, 캘거리 다운타운의 오피스 공실률이 20%가 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일단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어야 안 그래도 외로운 캐나다 이민 생활에서 가족들끼리 라도 화목하게 지낼 수 있을 텐데 캐나다 이민의 현실이 경제적인 부분으로는 절대 녹록지 않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캐나다 이민자 소득

 

2. 일 년의 절반이 겨울인 기후 환경

캐나다 이민을 고려하실 때 가장 크게 생각하셔야 하는 부분이 캐나다 날씨 인데요. 캐나다 대부분의 지역이 11월부터 4월 말까지는 겨울이라고 생각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만큼 춥고 눈이 내리는 데요.

 

캐나다 겨울

저도 캐나다 이민 처음와서 토론토 살 때 온도가 내려가는 것 정도는 큰 무리는 아니었지만 4월까지 패딩을 입어야 하고 5월에도 까딱 옷을 잘못 입으면 밖에서 벌벌 떨어야 하는 일이 생기는 게 너무 싫었답니다. 한국은 4월 중순부터 벚꽃축제를 하고 5월이면 반팔입기 시작하는데...

 

 

아래 평균 온도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토론토와 캘거리는 한국보다 훨씬 춥고 토론토는 4월, 캘거리는 5월까지 눈이 내리는 날이 있을 정도로 겨울이 길답니다. 많은 분들이 아이들 때문에 캐나다 이민 오시는데 저 정도로 추우면 생각보다 야외 활동이 많이 힘들기 때문에 겨울에는 아이들과 실내에서만 시간을 보내야 하고 쇼핑몰 등을 제외하면 갈만한 곳이 한국보다 많이 적은 게 사실입니다.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아이들이 뛰어 노는걸 상상 했는데 현실은 일년에 절반은 거의 집에만 있어야 하죠. 한국처럼 눈싸움 하고 눈사람 만드는게 가능한 건 아주 잠깐 뿐이거든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캐나다 이민을 밴쿠버로 오시기도 하시는데요. 밴쿠버의 겨울은 어떤 면에서는 위의 두 도시들보다 더 힘듭니다. 일단 아래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11월부터 평균 강수일이 15일을 넘어가고 강수량도 꽤 많습니다.

 

이게 이틀에 한 번씩 비가 오는 것을 의미하는 거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비보다 더 힘든 건 매일매일이 어둡고 안개가 끼는 날씨입니다.

 

12월이나 1월엔 어쩌다가 잠깐 해가 나면 내가 다른 세상에 와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일매일이 어둡고 비가 오거나 어둡고 흐립니다. 그래서 두통이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현지인들도 많고 캐나다 이민 온지 얼마 안된 한국분들처럼 이게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더욱 힘들어하십니다. 

 

이에 비하면 서울은 겨울에도 날이 크게 나쁘지 않고 봄도 빨리 오는 편이죠. 날씨에 민감하신 분들, 특히 겨울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캐나다 이민을 반드시 신중하게 고민해서 결정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캐나다 겨울

 

3. 너무 느린 의료 시스템

 

 

저는 아직까지 캐나다 이민을 와서 의료 시스템이 느려서 큰 피해를 본 적은 없지만, 응급실에서 4시간 정도 기다려 본 경험은 있습니다. 한국도 때에 따라선 오래 걸린다고 하는데 저는 꽤 간단한 처치만 받으면 되는 것이었는데 의사를 보는데만 3시간 이상이 걸렸죠. 캐나다는 우리나라로 치면 대학병원이나 종합 병원을 가려면 응급실이 아닌 이상은 그전에 반드시 워크인 클리닉에 가서 진단을 받아야 하고 그 후에 스페셜 리스트를 만나러 가야 하는 데 그 진행 과정이 한국보다 참 느린 편이라고 합니다. 

 

저는 맹장이 터져서 응급실에 갔던 것을 빼면 딱히 병원에 갈만한 일이 없었지만, 한국보다 의료 시스템이 현저히 느리고 불편한 건 사실입니다. 사실 의료는 한국이 세계 어느 선진국 보다도 잘 되어 있어서 이건 어딜 가도 불편을 느끼실 만한 부분이라 캐나다 만의 단점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캐나다 의료

 

저도 캐나다 이민을 와서 살고 있지만 위의 세 가지 사항을 빼면 딱히 이 곳이 힘들고 안 좋다고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캐나다 이민을 현재 한국에서 고려하시는 분들 중에 저 세 가지 중에 극복하기 힘들겠다고 느껴지시는 게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생각보다 이민이라는 게 쉽지는 않은 '현실'이니 까요.

 

하지만 캐나다 이민은 미세 먼지 없는 깨끗한 자연환경과 수평적인 회사 문화, 짧은 근무 시간 등 좋은 점도 있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할 때 어떤 걸 우선 하는지 판단하셔서 결정하시면 후회 없는 결정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