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개발자의 워라밸
요즘 한국도 워라밸 즉 Work Life Balance가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제가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야근이 많은 회사들이 많았고 회식도 잦아서 워라밸 지키기가 꽤 어려웠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캐나다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저도 워라밸이 어떤가 한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대체로 짧은 근무시간
저도 캐나다에서 엄청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4년여를 살면서 3-4군데의 회사를 경험해 보았는데요. 그중에는 코업으로 일했던 굉장히 규모가 큰 글로벌 기업도 있었고 중간 규모, 그리고 스타트업 회사도 있었습니다. 워라밸에서 가장 중요한 게 근무 시간일 텐데요. 대체로 근무시간이 짧은 편이었습니다.
이 말은 야근은 당연히 거의 하지 않고 기본 근무 시간 자체도 40시간보다 적은 경우가 많았는데요. 현재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도 1주일에 37.5시간을 일합니다.
그리고 이건 호불호가 나뉠수 있긴 하지만 꽤 많은 회사들, 특히 주당 40시간 이내로 근무하는 회사들은 점심시간을 30분만 갖는 곳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도 일을 하는 시간이 딱 8시간인데요.
8시 반에 시작해서 4시반에 업무가 끝납니다. 하루에 8시간만 회사에서 보내면 되니 그만큼 남는 시간을 더 많이 활용할 수가 있어서 워라밸이 좋아질 수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저녁 회식은 거의 없음
요즘 한국도 회식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들었는데요. 제가 한국에 있을 때는 한 달에 한번 있는 그룹 정기 회식에 일명 번개라고 불리는 선배들의 호출까지 해서 거의 매주 회식이 있었습니다.
저녁 시간을 모두 회식에 써야 하는 것도 싫었지만 다음날 숙취에 고통 받는게 정말 워라밸을 나쁘게 했었던 것 같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캐나다는 정말 특별한 경우, 크리스마스 파티나 송년 파티 정도를 빼면 거의 저녁 회식은 하지 않는 문화입니다. 저도 1년 넘게 한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오래 일한 직원 몇 명이 퇴사했을 때 송별 파티한 것을 빼면 거의 저녁 회식은 없었거든요.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심심하실 수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엔 집에서 혼자 맥주 마시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회식이 없다는 게 워라밸을 더 좋게 해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치 볼 필요 없는 휴가 사용
전 작년이 입사 첫해라 따로 휴가가 없었고 Sick Day라고 해서 아플 경우에 쓰는 유급휴가가 있었는데요. 첫해라 다른 유급 휴가가 없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휴가가 필요할 때 저 휴가를 쓸 수 있었습니다.
휴가를 쓸때도 딱히 누구 눈치 볼 필요가 없고 내가 휴가만 많이 있다면 며칠을 쓰던 얼마나 오래 쉬든 전혀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요.
회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캐나다에서 기본적인 휴가는 1년 일하고 난 다음 해부터 10일을 쓸 수 있는데요. 휴가비 명목으로 4%를 추가로 지급하는 회사들도 있었는데 그때는 어차피 휴가 쓰는 건 무급이니까 더 눈치 안 보고 썼던 것 같아요.
물론 일에 지장을 주는 만큼 너무 길게 쓰면 안 되긴 하지만 휴가를 내야 할 때 고민하거나 눈치 볼 필요가 없는 것도 워라밸을 좋게 해주는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 되는 나라
짧은 근무 시간과 야근, 회식이 없는 삶은 그만큼 저녁 시간이 길어지는데요. 제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회사 일을 마치고 남는 시간에 매일 넷플릭스 보기도 지겹고 한국 예능 찾아보기도 슬슬 지겨워져서 뭔가 의미 있는 것을 찾아보다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저녁시간이 많이 남는 편인데요. 저는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도 들지 않아서 더 시간이 많이 남죠. 캐나다 개발자 분들 중 많은 분들이 비슷하리라고 생각이 됩니다.
8시 반에 업무를 시작해서 4시반에 컴퓨터 끄고 저녁 준비를 하고 저녁 먹고 나서 6시 정도부터는 온전히 저녁시간을 쓸 수가 있으니까요. 이 정도면 워라밸 참 좋은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개발자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가지신 분들도 대체적으로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캐나다로 이민을 생각하지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워라밸 때문에 혹은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서라고 말하시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워라밸 좋아도 때론 심심...
저도 처음에는 마냥 좋기만 했는데 이게 꽤나 심심해지는 때가 오기도 하더라구요. 평일에도 시간이 많이 남는데 캐나다에는 딱히 친한 친구들이 없기도 하고 그렇다고 어디 나가서 뭘 배우거나 하기에도 한국만큼 다양하게 잘 되어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요.
많이 활동적인 분들이나 친구들과 모임을 즐기시는 분들,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오시면 조금 심심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충분히 하는 것도 워라밸에 중요한 부분이긴 할 텐데 말도 잘 안 통하고 해서 집에 주로 있어야 할 때는 워라밸이 무슨 소용인가 싶을 때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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