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이민을 와서 개발자로 취직해서 이민 1세대로 살아가며 영어는 정말 중요한 것들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30대에 한국에서 경력 없이 캐나다 와서 개발을 시작하신 분들에겐 영어 못지않게 개발 공부 또한 중요한 게 사실입니다. 개발 공부와 영어 공부, 그 두 마리 토끼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캐나다 생활하며 느낀 영어와 개발 공부에 대한 생각은 아래와 같아요. 이건 어디까지나 캐나다에서 신입으로 개발자가 되었을 경우입니다.
- 30대 이후 학교에 입학했다면, 컬리지만 다닌다고 영어가 저절로 늘지 않는다.
- 학교 다닐때 학과 공부만큼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영어는 미리미리 해두자)
- 취업 준비를 할땐 인터뷰 영어와 개발 공부를 병행해야 하지만 일단 취업이 되면 개발 공부에 집중하자!
저는 34살에 캐나다에 들어와서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캐네디언들, 그리고 대부분 20대 초중반인 한국 유학생 친구들과 함께 C#으로 'Hello World!"를 치며 개발 공부를 시작했었습니다. 토플이나 아이엘츠를 준비해서 명문대학에 간 것도 아니고 대학원에 석사를 위해 간 것도 아닌 이민을 위해서 한국으로 치면 전문대에 입학한 수준이라 영어는 정말 아주 기초만 가지고 입학을 했어요. 그 당시 제 수준이 토플 74점, 아이엘츠는 본 적도 없었죠.
그래도 그 땐 막연히 학교만 졸업하면 영어 실력은 저절로 취업을 할 수 있을 만큼 갖춰질 것으로 생각했고 별생각 없이 학과 공부 위주로 공부하면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주변에 한국에서 개발 경력을 가진 동기 분들도 계셨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깊이 있게 이야기해본 적이 없었죠.
그런데 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가서 어느새 2년이 지나고 졸업 학기가 되었는데 제 영어실력은 거의 제자리 걸음이 더라고요. 캐나다 회사에서 파트타임도 하고 학교도 다녔지만, 학교엔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고 집에 오면 와이프랑 한국말로 대화하고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보다 보니 영어가 썩 늘진 않았습니다.
취업을 하면서 열심히 인터뷰 예상 질문들을 준비해서 가지고 있는 영어실력보단 조금 나은 척을 할 수 있게 준비 하여 운이 좋게 취업은 금방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막연히 '아 일 좀 하다 보면 영어는 저절로 늘겠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초반에는 현재 눈앞에 당장 닥친 업무들을 해결하기 위한 공부들을 위주로 했습니다. 저는 지금 PHP를 쓰는 일을 하는데 학교에서 워낙 간단하게만 배웠던 언어라 초반 6개월 정도는 집에서 영어공부는 따로 안 하고 PHP만 공부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면서 회사에도 적응이 되기 시작하니 제 영어가 너무도 부족하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느껴지더라구요. 사실 회사 생활에만 국한한다면 생각보다 개발자라는 직업은 영어로 많은 대화를 하는 편은 아닙니다. 회의 때만 아니면 솔직히 슬랙 등 메신져로 이야기하거나 Trello등의 툴을 이용해서 업무 관련 지시나 진행을 하거든요. 물론 디자인 팀이나 다른 개발자들과 의사소통을 많이 하는데 직접 적인 대화, 리스닝과 스피킹으로 이루어진 의사소통은 최소한으로 축소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개발자라는 직업이 이민 1세대가 갖기에 영어가 엄청나게 중요하거나 부담이 아닌 직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개발 경력을 가지고 오신 분들의 경우, 특히 캐나다에서 시니어급으로 평가 받으실 만한 경력자 분들의 경우엔 영어 능력이 취업에 있어 꽤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위를 보면 보통 한국에서의 경력보다 조금은 업무적으로 수월한 포지션으로 가셔서 적응도 하시고 영어공부도 하신 후에 다시 경력에 맞는 직급으로 가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저처럼 30대에 새로운 커리어로 개발자를 시작하신 분들이라면 그래서 신입으로 이제 막 취업하셨거나 취업을 준비 중이시라면 저는 영어는 딱 인터뷰에서만 유창하게 할 수 있는 정도로 하고 입사 후에는 개발 공부에 더 집중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캐나다 개발자의 경우 신입 후 취업해서 3년 차까지 연봉이 빠르게 상승하는데 거기까진 영어를 잘하건 못하건 개발실력이 뭐 어느 정도이건 어느정도 비슷하게 올라가는 듯합니다. 하지만 3년 차 이후부터는 전문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분야와 그에 걸맞은 실력이 있어야 제대로 된 연봉과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영어라는 게 30대에 회사 다니면서 공부 좀 한다고 갑자기 막 좋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3년간 일 하면서 자기가 일하면서 사용하는 언어 관련 개발 공부를 꾸준히 하면 분명 그냥 어영부영 회사 다니는 사람들보다 앞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30대에 새로 커리어를 시작하신 분들은 어서 캐나다에서 자리도 잡으셔야 하고 제대로 된 연봉도 받으셔야 하니 일단은 개발 공부가 더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쥬니어 티를 좀 벗고 그래도 한 명의 개발자로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게 된 후에 더 높은 곳을 바라볼 때 영어 공부를 더 중요하게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었고 한국 경력이 있으신 분들이나 개발 공부를 꾸준히 해오신 분들은 얘기가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저처럼 1년-2년 남짓 개발 공부해서 해외 취업한 분들의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 일거 같아요. 그럼 우리 모두 개발 공부도 열심히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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